5. 헐, 돈의 홍수!

지금부터는 원인과 본질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돈의 홍수 때문입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온 세계에는 돈이 넘쳐나 홍수를 이룰 지경입니다. 세상에 돈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닌가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게 바로 위기의 본질입니다. 실은 제가 방금 말씀드린 돈은 진짜 돈이 아니라 통화(currency)라고 하는 가짜 돈입니다. 이 가짜 돈은 정부(및 중앙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종이 조각입니다. 그것 안에 어떤 가치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진짜 돈(money)은 이제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money와 currency의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진짜 돈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돈이 얼마나 많아졌는지부터 잠깐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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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통화량 추이를 보여줍니다. 꾸준히 증가했으나 특별히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고, 2020년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는 그래프가 수직상승했고 그 이후로도 매우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양도 엄청나게 증가했거니와 더 무서운 것은 그 증가 속도가 무시무시하게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렇게 돈이 많이 풀렸으니 돈의 홍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세상에 왜 이렇게 통화가 많아졌는지를 알아야겠죠?

호황과 불황이 오고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입니다. 계절이 오고가고 파도에 고저가 있고 밀물과 썰물이 교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순환을 인위적으로 막고 호황만 지속되게 하려고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불황 때에 현직 대통령이 재선된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불황이 오면 사람들은 그것이 현직 대통령의 잘못으로 여기고 호황을 약속하는 반대당 후보(미국은 철저한 양당제입니다)를 선택합니다. Clinton 후보의 선거 캠페인 구호가 “It’s the economy, stupid”인데, 그걸로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치적이 있는 부시 대통령을 이겼죠.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불황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할 수 있으면 그것을 미루려는 정치적 동기가 생깁니다.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을 사명으로 가진 중앙은행은 그 본래 사명에서 이탈해서 정치권의 필요와 아마도 자신들의 명예, 그리고 기득권층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돈을 푸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이렇게 돈을 풀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인플레이션이 대대적으로 나타날 것을 알 텐데도 마치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양 줄기차게 양적 완화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산 가격 상승 때문에 wealth effect라는 것이 생겨서 경제가 호황인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불황을 미루는 데는 두 가지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입니다. 중요한 개념이니 다소 딱딱하더라도 조금만 참고 들어 주십시오.

재정정책은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영하여 민간에 돈(통화량)을 많이 푸는 정책입니다. 정부가 전쟁을 일으키거나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는 것이 그 예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통화정책입니다. 통화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핵심 방법도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불준비율(Fed rate) 인하이고 다른 하나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입니다. 전자는 은행이 대출을 증가시켜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늘이는 것이고 후자는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서 국채와 MBS(mortgage-backed securities)를 사들여서 통화를 시장으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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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방법으로 통화량이 계속 늘어나면 대부분 불황의 문턱까지 갔다가도 다시 경제가 활력을 띱니다. 이자율이 싸지고 빌릴 수 있는 돈이 매우 풍부해집니다. 그러면 가계와 기업이 싼 이자로 쉽게 돈을 빌려서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또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른 가계는 마치 자기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므로 소비를 늘입니다. 이것을 wealth effect라고 합니다. 이것은 버냉키 전 연준의장이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 있고, 저를 포함한 많은 시장 관찰자들은 실질적으로 미국 중앙은행이 주식시장 활성화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런 방법으로 불황을 계속 미룰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엄청난 부자가 되고 지상천국이 이루어지겠지요?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줄기차게 많이 풀어서 지상천국이 이루어진다면 대체 그걸 왜 안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시장에 퍼다부은 것은 진정한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돈을 프린터로 마구 찍어낼 수는 없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프린터로 찍어낸 것, 혹은 그냥 컴퓨터에 입력한 숫자는 진짜 돈이 아니고 통화(currency)일 뿐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재화와 서비스는 가만히 있는데 그것을 살 수 있는 통화량이 증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재화와 서비스의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흔히 가격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잘못쓰는 개념이지만 흔히들 쓰기 때문에 저도 그냥 이런 용어를 쓰겠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되나요? 모든 것의 가격이 올라가는 일반적 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통화량 증가의 좀 더 나쁜 후과는 자산가격의 상승입니다. 넘쳐나는 돈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런 급격한 통화량 증가는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서 소위 거품이란 걸 만들어냅니다. 기업이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하고 돈을 벌 전망도 별로 없는데 그 회사의 주식은 마구마구 올라가는 겁니다. 또 기업은 싼 이자로 돈을 빌려서 자사 주식을 역매입(buy back)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더더욱 기업 실적과 상관 없이 주가는 뛰고 주식시장은 엄청난 활황(거품)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제대로 된 불황 없이 오직 상승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불과 몇 년 만에 밴쿠버와 토론토의 집값이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가는 겁니다. 이제는 캐나다 부동산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네요.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미국과 캐나다가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인가요? 아닙니다. 자산시장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그래서 완화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펴면 부의 불균형은 더더욱 심해지게 되는 겁니다.

결국 아무런 본래적 가치를 담고 있지 않은 종이돈은 그것을 아무리 많이 찍어내어도 그 사회의 부는 실제로는 손톱만큼도 증가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런 경제의 순환을 막고, 자원의 왜곡을 초래하며, 각 경제주체들이 빚만 잔뜩 지게 하는 부작용만 낳습니다.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화를 마구 찍어내어서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호황은 신기루이고 거짓말이고 마약입니다. 그런 것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지도 벌써 20년이 넘다보니 이제는 시장도 국민도 무엇이 진정한 돈인지, 어떤 것이 진정한 호황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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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의학문서 번역가와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가로 살고 있습니다. 행복한 번역가 배움터, 브라이언의 캐나다와 행복 이야기, 느린 삶이 주는 평화 등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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