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인플레이션 시대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앞에서 이제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 간단히 설명하고 이 비상 사이렌 시리즈를 마치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근본적으로 통화량(currency)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그 결과 일반적 가격 인상(이것을 흔히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이 나타나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아주 힘들어집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4월 현재, 지난 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8.5%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실제 물가상승 정도보다 훨씬 저평가된 수치입니다. 인플레이션 정도를 낮게 보이게 하려고 hedonistic adjustment, replacement 등을 적용하고 실제 렌트와 집값 대신 owner’s equivalent of rent라는 허구적 설문조사 수치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던 1970년대 이후 이런 식의 뻔뻔스런 조정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면 복잡하니까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요는 실제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의 핵심은 내가 가진 통화(currency)의 구매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작년 이맘 때는 렌트가 1,000불이었는데 올해는 1,200불이 되었고, 옛날에는 20불이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30불이 든다고 합시다. 그러면 사람들은 렌트가 올랐고 레스토랑의 서비스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모든 것은 가만히 있는데 그 두 가지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오르는 상황이라면, 이 현상의 본질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했다기보다는 내가 가진 통화의 가치,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인플레이션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임금이 CPI보다 더 많이 오르지 않는다면 수입이 감소합니다. 예컨대 인플레이션이 8.5%인데 임금이 5% 올랐다면 실은 수입이 3.5% 감소한 셈입니다.

또 인플레이션은 복리로 작용합니다. 예컨대 렌트가 올해 10% 오르고 내년에는 5% 오른다면 렌트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작년에 1,000불이었던 렌트가 올해 1,100불이 되고 내년에는 1,1 55불이 되는 겁니다. 즉, 상승속도가 느려지는 것이지 액수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액수는 계속 올라가는 것이지요.

가지고 있던 명목 저축의 가치도 복리로 떨어집니다. 예컨대 인플레이션이 일년에 6%라면 지금 은행에 넣어둔 1,000불이라는 돈은 5년 뒤에는 실제 가치가 747불로 떨어집니다. 10% 인플레이션이라면 내가 가진 통화의 가치는 5년만에 아예 반토막이 납니다. (예컨대 이런 사이트에 가셔서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직접 계산해 보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1. 연금 생활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고정액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입니다. 받는 연금액수는 같더라도 그 가치는 해가 갈수록 적어지니까요. 다만 미국의 social security와 캐나다의 CPP는 적어도 인플레이션만큼은 매년 조정해 줍니다. 물론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CPI가 늘 실제 인플레이션보다 낮게 발표되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이긴 하지만요.

  1. 임금을 물가상승율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는 임금 노동자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매년 명목임금이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인플레이션율보다 낮다면 그런 사람은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최근 미국 임금 상승율은 5%인데 이는 이번에 발표된 3월 CPI(8.5%)보다 낮지요. 임금이 줄어든 것입니다.

  1. 인플레이션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저축자

저축은 인플레이션이 있든 없든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통화 가치의 저하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가려고 애쓰는 사람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정말 많이 저축하면 실제 저축 가치가 올라가겠지만 조금만 멈추고 쉬면, 자고 나면 내가 모아둔 돈의 가치가 줄어들고 또 줄어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제가 쓴 글에 답은 이미 다 있습니다. 저는 저축, 투자 등에 관한 조언을 하려고 이 시리즈를 쓴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런 자격도 없고, 그런 조언을 하고 책임을 질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게 그런 조언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이 글의 목적은 그저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것입니다.

지리산 계곡에서 야영을 하는데 비가 오면 물이 빨리 불어나서 야영객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계곡은 넓은 지역의 물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비가 조금만 와도 계곡물은 매우 빨리 불어납니다. 그래서 그런 점을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쓴 목적은 비가 오기 시작했으니 계곡에서 야영하고 계신 분들은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 사이렌을 울리는 것입니다. 얼마나 빨리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는 제가 조언해 드릴 수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지식, 취할 수 있는 조치도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힌트를 조금 더 드리자면 인플레이션은 통화가치의 저하이기 때문에 통화를 소유하지 말고 그것을 가능한 빨리 소위 hard asset으로 바꾸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는 묻지 마시고, 사이렌 소리를 들었으니 지금부터는 각자 더 공부해서 행동으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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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의학문서 번역가와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가로 살고 있습니다. 행복한 번역가 배움터, 브라이언의 캐나다와 행복 이야기, 느린 삶이 주는 평화 등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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