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식량 위기 대비

제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의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모아둔 재산을 도둑질해가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혁명 뒤에는 인플레이션이 있습니다.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도 그런 것입니다. 옛날에 중국 왕조가 바뀌는 것도 대부분 그런 이유였고, 천안문 사태도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랍의 봄이라고 기억하는 중동의 민주화 시위들도 밀가격 폭등이 그 배경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인플레이션은 골치거리, 귀찮은 것, 짜증나는 것 정도이지만, 어떤 사람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렌트비를 내는 것과 식품 구입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그런 사람에게 인플레이션은 생사의 문제입니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 페루, 스리랑카, 케냐 등에서는 이미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조금 지나면 이집트를 위시한 북아프리카 나라들과 레바논을 위시한 중동의 여러 나라들(밀이 주식인 가난한 나라들)로 사태가 확산될 것입니다.

원래 인플레이션은 늘 가난한 나라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 위기로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그 진도가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생산하는 밀은 전세계로 수출되는데 그게 지금 안 되고 있고,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는 파종을 못하고 있으며, 비료도 러시아의 수출이 없이는 품귀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서방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수입금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 가을에 농산물 수확량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할 것은 눈에 보듯 뻔한 일입니다. 물론 지금도 밀을 비롯한 여러 농산물 가격이 일반적 가격 인플레이션 때문에 많이 올라 있습니다만, 내년(2023년)  봄부터 가을까지는 지금보다 더 큰 식량문제가 닥칠 것입니다. 식량문제가 아니라 식량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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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은 수학공식처럼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의 그래프를 바탕으로 감히 미래를 추측해 본다면, 가난한 나라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겪게 될 고통과 혼란에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한국, 캐나다, 미국 등은 잘 사는 나라들이고 미국과 캐나다는 밀 생산 및 수출국입니다. 한국은 쌀이 주식이고요. 그래서 다행히 일단 제 독자들 중에 밥을 굶게 되는 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저는 생각/희망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미국은 빈부격차가 너무 심한 나라라서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먹고 사는 일이 매우 힘들 것이고 이는 사회 불안과 범죄의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도둑질, 강도질, 약탈, 혐오 범죄, 인종차별(위기에 대한 scapegoating) 등이 늘어날 것입니다.

딱히 해결책도 없으면서 걱정만 많이 하면 뭐하겠습니까?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대신 내가 대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해야지요. 저는 세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 식량 비축
  • 텃밭 가꾸기
  • 이웃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인터넷에 보면 prepper community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총도 사둬라, 뭐 벙커도 파 둬라는 식의 조언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사람들 상당히 싫어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하는 얘기 중 일부를 귀담아 듣고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몇 달 전에 식량 비축을 부탁했더니 그동안 열심히 실천에 옮겨서 지하 세탁실에 이렇게 준비가 되었습니다. 저의 오후 소확행 용 믹스커피까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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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얼마나 먹을 수 있는 양이냐고 했더니 한 6개월치는 될 거랍니다. 뭐 그래봐야 저희는 달랑 두 식구이고 그나마 하루 두 끼만 먹고 그나마 다른 사람에 비하면 상당히 소식을 하는 편이라서 6개월치라야 양이 얼마 되지는 않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할지 아니면 더 준비해 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텃밭은 인플레이션이나 식량위기와 상관없이 아내의 꿈이기 때문에 이 집에 이사온 후부터 계속 가꿉니다. 작년 한 해를 생각해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 텃밭 덕분에 신선한 야채와 열매를 얼마나 잘 먹었는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이웃들과의 네트워크도 이런 위기와 상관 없이 늘 이웃들과 잘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만, 위기 때 최고의 방어벽은 역시 가까이 사는 사람들입니다. 총도 없는 제가 믿을 것은 이웃들뿐입니다. 물론 이웃들도 총이 없지만요. ㅎㅎ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위기상황에서는 늘 시골이 도시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합니다. 이런 건 늘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지금 상하이 상황을 떠올려 보시면 공감이 되실 겁니다.

이것으로 암울한 얘긴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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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의학문서 번역가와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가로 살고 있습니다. 행복한 번역가 배움터, 브라이언의 캐나다와 행복 이야기, 느린 삶이 주는 평화 등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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