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계속 달러는 가짜 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이것은 미국 달러뿐만 아니라 캐나다 달러, 한국 원, 중국 위안, 유로 등 세상 모든 fiat money에 똑 같이 적용됩니다.
그럼 진짜 돈은 뭔데? 하고 물어보시겠죠? 그 답을 제가 선뜻 하질 못합니다. 하지만 달러와 같은 통화(currency)가 왜 진짜 돈이 아닌지를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면 그 과정에서 진짜 돈이 무엇인지, 혹은 나중에 진짜 돈으로 등장하는 것이 어떤 것이 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매일 쓰는 지폐의 기원은 이렇습니다. 옛날에는 금과 은이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금은 너무 값어치가 있는 것이어서 작은 것을 사는 데는 어려움이 있고 보관도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아서 금은방 같은 곳에 맡겨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금을 맡은 금은방의 주인은 금을 맡긴 고객에게 ‘보관증’을 써 줍니다. 이 보관증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지폐 통화의 기원입니다.
이 종이로 된 보관증은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종이에 사실관계를 밝히고 이걸 가지고 오면 나중에 맡긴 금화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이 보관증의 가치는 종이가 아니라 그 종이에 담긴 ‘금화를 돌려준다는 약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랬던 보관증이 조금 발전합니다. 이제는 맡긴 사람이 아니라 ‘누구든지 이 보관증을 가지고 오기만 하면 금화를 내어준다’는 약속으로 바뀐 거죠. 이렇게 되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 보관증이 금은방으로 돌아오지 않고 혼자 막 돌아다니게(current) 됩니다. 그래서 currency라고 부르는 겁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이건 여전히 금 보관증입니다.
저 금 보관증이 더 발전하면 이제는 지방은행, 나아가 정부가 currency를 발행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지금은 철저한 정부독점입니다.
이건 상당히 수지 맞는 장사입니다. 일단 발행을 하고 나면 나중에 실제로 금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매우 적고 대부분의 curreycy는 저 혼자 계속 뱅글뱅글 돌아다니기 때문에, 실제 보관하고 있는 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currency를 발행할 수 있거든요. 예컨대 금화 1개를 은행에 보관하고 있으면서 currency(보관증, 혹은 금 교환보증서)는 금화 10개만큼 발행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을 fractional reserve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으로 바꾸어준다(이것을 태환이라고 합니다)는 약속은 유효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 등으로 미국이 돈이 모자라자 이런 지폐를 많이 찍어냅니다. 이건 무슨 뜻이냐 하면, 옛날에는 금화 하나 당 금화보관증(currency) 10장을 발행했다면 지금은 금화 하나당 currency 100장을 발행한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금 보관증 소지자는 불안해 집니다. 저렇게 보관증/교환증을 많이 찍어 내면 나중에 내가 금을 찾으러 갔을 때 내게 내어줄 금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그래서 자연히 미국 달러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게 되고 프랑스 등이 미국 달러 가지고 와서 미국 재무부에 금으로 바꾸어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못 바꾸어주죠. 디폴트 상황인 것이죠. 그러자 1971년(매우 중요한 해)에 닉슨 대통령은 금 태환을 “일시적으로” 중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가 부도 상황을 이렇게 폼나게, 위엄있게 발표하다니요.. 한국은 IMF 상황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표정이었는데. 혹시 이 역사적인 상황을 아직 못 보신 분은 여기서 한번 보세요. 이런, 세상에, 나 원, 금 보관증을 가져와도 금을 내주지 않겠다니요!
그러면 이제 다들 달러를 쓰지 않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록 불태환 지폐이지만 정부가 너무 심하게 돈을 많이 찍어내지 않을 것을 믿고 사람들은 여전히 달러를 저축하고 그걸 사용해서 거래를 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르른 겁니다. 물론 그 믿음은 철저히 배신당했지만요.
이제 달러가 돈이 아니라는 제 말이 조금 더 명확해졌나요? 달러는 오직 사람들이 그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계속 사용하는 한에 있어서만 용도가 있습니다. 죽은 대통령들이 모습이 인쇄된 녹색 종이의 본래적 가치는 0.1센트도 안 될 겁니다. 그런데도 그걸 20달러, 50달러, 혹은 100달러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계속 사용하니까 사용이 되고 있는 것이고요. 이런 fiat currency의 운명은 결국 그것을 발행한 정부에 달렸습니다. 너무 심하게 많이 찍어내서(인플레이션) 그 통화의 구매력이 급락하지 않는다면 계속 사용될 것입니다. 그런데 앞 글에서 사용한 낙하산 비유를 다시 사용하자면, 결국 조금씩이라도 더 많이 발행하지 않은 fiat currency가 없고, 모든 fiat currency는 결국 무가치하게 되었습니다. 금화에 구리를 섞기 시작했던 로마부터, 비근하게는 네덜란드, 영국의 fiat currency들도 다 같은 운명을 겪었습니다. 지도층의 사치와 향락, 전쟁 등으로 100년을 넘긴 통화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좋은 교육자료가 있습니다. 여기를 참고해 보세요.
이런 사실은 아래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각국의 통화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금의 입장에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들 땅에 거의 다 왔습니다. 미국 달러의 경우 2% 남았고 캐나다 달러는 1% 남았습니다.
통화가치가 0에 근접하면 일종의 혁명 같은 것이 일어나서 새로운 통화가 생겨납니다. 그 통화는 옛날 통화를 대체하고 그것 역시 땅바닥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종이 조각(달러와 같은 currency)이 진짜 돈이 아닌 이유가 그런 것이죠.
그럼 진짜 돈은 뭘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금과 은이었습니다. 물론 금화는 아직도 법정 통화입니다. 하지만 불편하니까 지금은 거의 거래에 사용되지 않죠. 제가 보기엔 없는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이 가짜 돈으로만 가득한 상태인 것이죠.
미래의 진짜 돈은 뭘까요?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금과 은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비트코인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commodity-based new currency가 등장할 것이고 그것이 진짜 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Commodity란 곡식, 석유, 광물 등을 가리킵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고개 끄덕끄덕… 실제로 BRICs 국가들에서는 이런 것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언제 실제로 등장할지 모르지만요. 어떤 사람은 IMF가 만든 SDR(special drawing right, 여러 통화의 바스켓)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건 글쎄요…
저는 미래에 fiat currency를 대체할 진짜 돈이 어떤 것이 될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관찰할 수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금이 크립토(암호화폐) 기술과 결합하여 금의 묵직함과 크립토 기술이 가져다 주는 높은 교환성(transactability)을 갖춘 돈이 등장할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fiat currency가 쓰나미처럼 밀려다니며 사람들의 재산과 노동의 가치를 쉴새없이 잠식해나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힌트는 되지 싶습니다.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입니다. 누차 말했듯이 제가 하는 말은 어떤 특정한 투자나 저축에 대한 조언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그건 제가 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일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경종을 울려 드리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할 뿐이고, 실제 행동은 여러분의 책임 하에 하십시오. 실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내 자산의 가치를 지켜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 중 일부는 이미 너무 많이 올라서 그것 자체가 또 다른 거품을 형성하고 있는 수도 있지 않습니까? 토론토 집값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어떻게 하라는 조언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저와 제 가족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제 책임 하에, 저를 위해서만, 행동할 수 있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