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bermory, Ontario, Canada
‘캐나다 여행과 은퇴 이야기’를 시작한 이래 여기저기 많이 쏘다녔습니다만, 주로 저희 집에서 두세 시간 이내로 걸리는 곳만 다녔습니다. 제 직업과 삶의 정황상 집을 장기간 떠나 있기는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제가 집 떠나 멀리멀리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일이 있어 한국이나 미국을 다녀오면 체력이 바닥이 나곤 했지요. 아무튼 그런 여러가지 연유로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라는 것조차 제대로 가본 적이 없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토버모리를 2박3일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체력 좋은 사람들은 토론토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당일치기로 다녀온다는 말도 들었습니다만, 그러기엔 왕복 아홉시간이라는 운전 시간이 너무 아까왔습니다. 체력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고요.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차에 타기 전에 생전 찍지도 않던 커플 셀카도 한번 찍어 보았습니다. ㅎㅎ 다시 봐도 기분이 상당히 고조되어 있네요.
자세한 이야기를 쓰기 전에, 우선 이번 포스트에서는 저희 여행의 큰 틀과 비용에 대해서만 간략히 쓰겠습니다.
예약
토버모리에서 할 것이 상당히 많지만 어차피 그걸 다 할 수는 없으니 제일 유명하다는 것만 하나 하고 나머지는 슬렁슬렁 다니며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예약은 딱 두 가지만 했습니다.
1. Airbnb
여행가기 일주일 전에 토버모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Airbnb를 예약했습니다. (호텔은 검색해 보니 이미 다 차서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Airbnb 방 두 곳이 검색이 되었는데 그 중에서 싼 것을 골랐습니다. 비용은 세금 포함해서 이틀 밤에 $370.92. 팁은 안 줘도 된다기에 주지 않았습니다. (경험이 없어서 다른 투숙객에게 살짝 물어봤어요.)
2. 꽃병섬으로 가는 크루즈
토버모리 사진을 보니까 꽃병처럼 생긴 큰 바위가 많이 등장하길래 거기 가기로 마음 먹고 알아보니, 배를 타고 들어가야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섬에서 적어도 4시간은 머물며 수영하다 오라는 충고가 있어서 아침 10시반에 들어가서 오후 4시 반에 돌아오는 크루즈를 예약했습니다. 가격은 세금 포함해서 두 사람에 98불.
총 비용
Airbnb와 꽃병섬 크루즈가 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사소한 경비들입니다. 영수증을 모아 두 사람 기준의 비용 내역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참고하세요.
전체 일정
첫째 날
-금요일 오전 10시쯤에 출발해서 콜링우드에서 점심을 먹고 또 계속 가다가 운전이 지겨워서 Sauble Beach라는 곳에 잠깐 들렀습니다.
-오후 5시쯤에 토버모리에 도착해서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호숫가와 다운타운을 둘러보았습니다. Visitor Centre에 가서 공원입장료를 내고 Fathom Five National Marine Park의 트레일을 1시간 반 정도 걸어보았습니다.
–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Coconut Joe’s harbour Bar & Grill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 그대로 집에 가기 아쉬워 호숫가에 가서 잠시 몸을 담궈보았습니다.
– 숙소로 가서 host와 다른 게스트들을 만나 인사하고 집을 돌아본 후에 쉬었습니다.
둘째 날
– 서둘러 아침을 먹고 예약해 둔 꽃병섬 크루즈 티켓을 찾으러 갔습니다. 주말에는 출발시간 한 시간 전에 티켓을 찾아가야 한다기에 9시 반까지 가야 했거든요. 티켓을 받은 후 크루즈 회사 주차장에 무료 주차를 할 수 있었습니다. 크루즈는 10시 반에 출발해서 ship wreck을 잠깐 본 후 쏜살같이 달려 꽃병 섬에 저희를 내려 주었습니다.
– 꽃병 섬 선착장에 안내판을 보니 크게 세 가지 트레일이 있었습니다. 당연 제일 쉬운 것을 선택했습니다. 다행히 그 트레일이 주로 호수를 따라가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트레일을 따라 한 30분 걸으니 등대지기의 집이 나왔습니다. 거기서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습니다. (점심을 꼭 준비해 가야 합니다. 섬에는 식당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 후 호숫가로 가서 수영하며 한 세 시간 놀았습니다. 4시 반에 출발하는 크루즈를 타고 토버모리로 돌아왔습니다.
– 올 때도 크루즈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더군요. 그래서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토버모리 다운타운에 도착해버렸습니다. 뭐할까 하다 그냥 다운타운의 가게들을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 파자를 파는 곳이 있길래 거기서 피자 사서 호숫가 바위에 앉아 먹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 집에 와서 뒤뜰에 있는 자쿠치를 이용하며 하루의 고된(?) 일정을 마감했습니다.
세째 날
– 본래는 Singing Sand Beach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세째 날 아침이 되니 제 체력이 슬슬 바닥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아는 사람 가족이 Sauble Beach에 캠핑왔다길래 만나서 점심 약속을 한지라, 그냥 남쪽으로 출발했습니다. Sauble Beach와 그 타운을 구경한 후에 예약한 강변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 그 후에는 길고 긴 운전. 집에 도착하니 거의 7시가 되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
이번 여행은 장거리 여행을 도통 하지 않던 저희 부부의 여행 연습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버모리에서 할 것, 볼 것이 100이라면 저희가 하고 본 것은 한 5정도나 될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토버모리 기행을 쓰기도 민망합니다. 그렇다고 일정을 더 길게 잡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내년에 다시 와서 올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토버모리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역시 깨끗한 물입니다. 어쩌면 물 색깔이 그렇게 예쁠 수 있는지… 저희 집 앞에 있는 물도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만 토버모리의 물은 정말 형언할 수 없이 투명한 옥색이었고 얼음처럼 차가왔습니다. 저희가 있을 때 27도 정도 되었는데 물 온도는 18도였습니다. 첫째 날과 둘째 날 모두 그 물에 이끌려 수영복도 입지 않은 채(그렇다고 나체는 아니고 입던 옷 그대로) 풍덩 빠지고 말았지요.
꽃병 섬 비치에서 빈둥 댄 서너 시간도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경치를 보고 감탄하는 것은 5분이나 10분이면 끝납니다. 그러나 햇빛과 물이 만들어내는 그 호숫가에서 수영하고 낮잠자고 얘기하며 보낸 시간의 감동과 만족은 아마 일년은 가지 않을까 합니다. 하긴 우리가 토버모리에 뭐하러 갔겠습니까. 그렇게 빈둥거리려고 갔고 역시 그 시간이 제일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