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나 시골에 사는 기쁨

저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서 태어났고 자랐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계속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시 혹은 그 위성도시에서 살았습니다. 캐나다에 와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캐나다에서 제일 큰 도시에 살았습니다. 그러니 아주 어릴 때 시골에 가 본 기억, 대학생 때 농촌활동 갔던 기억 등을 제외하면 제 기억은 온통 도시, 그것도 매우 큰 도시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는 도시가 주는 재미, 흥분, 편리함, 기회도 잘 알고 있고 그 덕을 보고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도시가 슬슬 지겨워지고 싫증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한국에 살 때에도 그런 것을 어느 정도 느끼고는 있었지만, 별다른 시도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서는 도시를 탈출할 가능성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교통 지옥, 소음, 공해, 범죄, 긴 줄, 그리고 군중 속의 외로움, 그런 것은 다 현대인의 삶의 어쩔 수 없는 일부라고 치부했는데, 시골 혹은 작은 도시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자 신기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날처럼 인터넷이 구석구석까지 다 들어가 있는 시대에 시골이나 작은 도시에서의 삶이 현대인의 삶이 아닌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시골이라는 것이 옛날 한국 농촌처럼 가난하고 낙후된 곳도 아니고, 작은 도시라고 생활에 필요한 것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시골이나 작은 도시라고 주민들의 교육수준이나 수입이 대도시보다 낮은 것도 아닙니다. 이런 발견과 깨달음은 제게는 상당한 흥분이었습니다.

꿈을 꾼지 삼년만에 실제로 작은 타운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 후 제 삶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자연과 가까와졌고, 속도가 느려졌으며, 피부색이 조금 검어졌고, 근육이 좀 더 생겼으며, 건강해졌습니다. 어디 가서 줄을 서는 일도 없습니다. 알고 지내는 이웃 사람의 수가 늘었고, 은행에라도  가면 직원이 제 이름을 불러줍니다. 컴퓨터도 그다지 잘 못하고 기계치인 제가 그런 분야의 전문가 대우를 받습니다. (뭐 이점은 노인인구가 많은 저희 동네만의 특수한 경우겠지만요.)

 

그런데 저는 손으로 뚝딱뚝딱 하는 일을 잘 못하고, 힘이 세지도 않으며,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없고, 직업상 인터넷이 꼭 필요하며, 집에서 마시는 커피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일부러 사람 많은 커피 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도 사먹어야 하며, 패밀리 닥터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제가 한 때 꿈꾸었던 것처럼 깊은 숲 속에 들어가 집을 짓고 태양광 전기와 인공위성에서 쏘아주는 데이터로 인터넷에 연결해서 사는 그런 삶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니 제가 좋아하고, 살고 싶고, 살 수 있는 지역에 대한 답이 대충 나왔습니다. 도시는 아닌 작은 도시나 타운, 혹은 거기서 멀지 않은 입니다. 사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그런 곳입니다. 저희 동네는 편의 시설이 별로 없는 리조트 타운입니다. 그러나 5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면 아쉬운 대로 은행, 주유소, 커피숍, 식품점 등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30분 나가면 오릴리아라는 도시가 있는데 거기에 가면 대도시에 있는 것들이 거의 다 있습니다. 종합병원과 월마트, 코스트코, 위너스 등 각종 대형 스토어들이 있을 뿐 아니라, 극장도 하나 있고, 예쁜 가게들도 있고, 베트남 혹은 타이 레스토랑도 있고, 아주 맘에 드는 커피숍도 있습니다. 쇼핑하러 30분이나 가야하는 것이 좀 멀다고 느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차피 토론토에 있을 때도 어딜 가든 20분은 걸렸더군요. 그래서 이제 불만 없습니다. ㅎㅎ

 

아래에는 작은 도시 혹은 작은 타운 (혹은 그 근처)에 사는 것의 장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문을 잠글 필요가 거의 없다

 

 

시골로 이사오면서 TV를 없앤 탓도 있지만 토론토에서 매일 보던 사건 사고 뉴스를 보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확 준 것 같습니다. 경찰차나 앰뷸런스를 보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어딘가 멀리 갈 때는 현관문을 잠그고 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웃들이 다 서로의 보호자이기 때문에 문을 잠글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교통 지옥, 러시 아워가 뭔지 모르고 산다

 

 

저희 동네는 그야말로 시골에 가까우니까 당연하지만, 놀라운 것은 오릴리아(인구 3만2천명)에도 러시 아워가 없다는 것입니다. 운전을 하든 TTC를 타든 1시간 통근은 기본인 토론토 생활을 제가 어떻게 했는지 신기합니다.

 

주차가 쉽다

 

 

저희 동네에서는 물론이고 오릴리아에서도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주차가 무료이고 주차할 곳도 넉넉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후진 주차가 아닌 전진 주차를 합니다. (토론토에서 갈고 닦은 후진 주차, 병렬 주차 실력이 아깝습니다.)

 

집값이 싸다

 

 

물론 개별 집의 가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정되지만 어떤 지역의 집값의 큰 범위는 결국 그 지역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땅이 상대적으로 넉넉하고 인구는 많지 않으니 소도시들의 집값은 GTA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쌉니다. 그렇다고 집이 허접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기름값도 조금 싸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도시보다 땅값이 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밤에 은하수가 보인다

 

 

도시에서는 구름 없는 밤에도 은하수 보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여기선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은하수를 볼 수 있습니다. 빛 공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밤 되면 조용하다

 

 

가끔 밤에 멀리서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산다

 

 

토론토에 살 때 공원이 많아서 참 좋았습니다. 토론토의 공원들은 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안식처요 저희 가족의 놀이터였습니다. 지금도 그 점에 대해서는 다른 도시들, 특히 한국의 도시들이 많이 배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골에 이사오니 토론토와는 차원이 다르게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웃이 많다

 

 

인구도 얼마 안되는 시골에 살면서 웬 이웃 숫자 자랑이냐고 의아해하시겠지만, 실제로 10년 이상 살았던 토론토에서는 옆집 사람과 제대로 이웃처럼 지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서로 바쁘니 서로 무관심했습니다. 서로 불편하게 하지 않는 정도면 좋은 이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웃이 정말 이웃입니다. 너무 가깝지 않으면서도 서로 잡담도 많이 하고, 서로 돕고,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해결해 나갑니다.

 

어디 가든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은행, 커피숍, 주유소, 쇼핑 센터, 식당, 서비스 온타리오, 병원 등에 가도 줄 서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두서 없이 나열했습니다만, 요약하자면 작은 도시 혹은 작은 타운 (혹은 그 근처)에 사는 것의 장점은 느린 삶, 그리고 그런 느린 삶에서 오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작은 도시나 시골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만 해도 제발 놀러오라고 해도 거기 가면 심심하다면서 잘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실 연애도 하고 짝을 찾아야하는 젊은이들은 확실히 대도시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50대에 들어선 사람들에게는 삶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 하는 것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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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Bryan

의학문서 번역가와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가로 살고 있습니다. 행복한 번역가 배움터, 브라이언의 캐나다와 행복 이야기, 느린 삶이 주는 평화 등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 Comments

  1. 저는 캐나다에서 45년째 사는동안, 그 절반의 기간을 남부온타리오의 시골 동네들만 돌아다니며 살아왔지요. Bryan 님의 보는 바에 적극 공감합니다. 사림이 어디에 터 잡고 사느냐? 가 그 사람의 삶과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믿기에! 스트레스 덜 받는 시골생활을 적극 권합니다. 특히 은퇴후엔!

  2. 인생의 가치를 가장 밝게 보시는 분들이 계심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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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의 캐나다와 행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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