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나 아일랜드는 심코 호수 남쪽에 자리잡은 가장 큰 섬입니다.
전에 살 집을 물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섬인데, 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이곳의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싸서입니다. 그런데 조금 알아보니 이 섬은 원주민 보호구역(reserve)으로서 원주민이 아닌 사람이 그 곳의 땅을 영구히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므로 외부인은 30년 정도 동안 땅 사용권을 사서 그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지요. 때가 차면 돌려줘야 하고요. 그래서 남은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집값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이 섬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고, 언젠가 꼭 한번 들러서 원주민의 삶을 돌아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드디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여기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심코 호수 남쪽에 있는 Virginia Beach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5월에서 12월까지 운행하는데, 섬까지는 한 15분 걸립니다. 몸만 가면 10불, 차를 타고 가면 차 한 대당 $40을 받습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어제부터 이것저것 알아보았는데, 제대로 된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웹사이트는 멋진데 제가 필요한 정보가 없거나 있더라도 정말 찾기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몸으로 부딛혀 보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고 오늘 한 9시간을 비워서 집을 나섰습니다. 저희 집에서 Virginia Beach까지는 한 30분이면 됩니다. 토론토에서는 한 시간쯤 잡아야 할 겁니다. 배 시간표는 조지나 아일랜드 웹사이트에 몇 가지 버전이 나와 있어서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여름이라 대략 한 시간에 한 번은 있는 것 같아서 그냥 갔습니다. 차가 줄을 서는 곳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렸더니 안내하는 사람이 차를 배로 불러들여 주었습니다.
페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가 어부의 후손인지라 배 타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에 마냥 신났습니다. 여기저기 카메라에 담고, 물벼락도 맞으며 섬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지도상으로 보면 섬을 일주하는 도로가 있기에 이 도로를 따라 한 바퀴를 돌아보고 그 다음에 어디서 뭘 할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배에서 내린 후 다른 차들이 가는 곳(나중에 보니 다 캠핑장으로 간 듯)으로 가지 않고 섬 일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섬 일주를 하면서 참 사람도 없고 차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스쿠고그 아일랜드(거기도 원래는 원주민들의 땅)를 여러 번 둘러본 터라 비교가 많이 되었습니다. 경치가 참 아름다워서 위안이 되었습니다만, 여행 가면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반인데 그런 면은 영 충족이 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길이 비포장으로 바뀌더니 아예 더 나아가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울퉁불퉁하고 물웅덩이가 도처에 있고 구글 맵과 자꾸 차이가 나서 제가 가는 방향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전에 스미스 폴즈 가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혼이 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일치감치 차머리를 돌렸습니다.
거꾸로 되짚어 와서 반대쪽 해변을 달려보았지만 사정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경치는 좋으나 사람은 없고 집들만 쭉 있는… 가다가 학교, 관공서, 소방서, 경찰서, 제너럴 스토어 등을 발견했지만 문을 열고 저희를 반겨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 흔한 Information Centre 하나 없고요. 거기 사는 분 한 분을 만나 대화를 하고 그런대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그 섬에 사는 원주민으로서 저희를 외부 침입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요. 이곳의 비치는 다 프라이빗이니까 들어가면 안된다고… 우리가 가 볼 만한 곳을 물어보니 그런 곳 없다고 합니다. 입구쪽에 캠핑장이 있으니 거기나 가보라고 합니다. 제가 온타리오 남부 곳곳을 쑤시고 다니는데, 이렇게 초대받지 않은 집에 간 것처럼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오지 않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조지나 아일랜드 웹사이트에는 외부인의 방문을 기대하고 열렬히 환영하는 것처럼 표현해 두었습니다. 관광객들 덕분에 일자리가 생기고 있어서 섬의 미래가 밝다고 하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안내 시설은 고사하고 잠깐 쉴 수 있는 커피 숍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일 비슷한 것이 제너럴 스토어인데 그것 마저 평일 오후에 문을 닫아 놓았고요. 가장 곤란한 것은 화장실입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어도 화장실을 찾지 못해서라도 그럴 수가 없더군요. 배가 도착하는 선착장 주변에 외부인들이 낚시를 좀 하는 것이 보일 뿐, 섬 전체가 참으로 적막하고 침울했습니다. 다니다 보니 ‘오 캐나다’ 가사를 변형하여 캐나다를 비난하는 내용을 캐나다 국기에 써 놓은 것도 보였습니다. 역대 정부가 원주민들에게 한 약속을 거듭거듭 지키지 않고 기숙학교 제도를 만들어 아이들을 강제로 빼앗아 기숙학교에 집어넣은 후 신체적 성적 학대를 자행한 역사를 생각하면 이분들이 캐나다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원망과 적개심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관광객을 초대하는 웹사이트를 보고 시간을 내어 섬을 방문한 저희 부부로서는 참으로 유쾌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공기를 한 세 시간 들이마시고 나니 활기차게 섬 여행을 시작했던 저희 부부도 점차 지치고 힘이 빠져서 본래 6시간을 계획한 것을 취소하고 세 시간 만에 섬을 빠져나오고 말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저희 부부로 족하니, 다른 분들에게 조지나 아일랜드 여행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왕 다녀왔으니 찍은 사진과 비디오는 올렸습니다.
원주민들과 캐나다 정부, 그리고 새로운 이민자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잘 정돈되고, 원주민들이 진실과 화해에 기초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고 생김새도 비슷하고 땅을 빼앗겨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이 이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조지나 아일랜드를 다시 방문했을 때는 활기찬 공동체의 모습, 관광객들을 반갑게 그리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거기 있는 어느 조용한 비치의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여름철에 가셨군요! 그런데 겨울에는 Lake Simcoe 호수가 꽁꽁 얼어붙지요. 얼음 두께가 60센티-1미터 된답니다. 그래서 겨울엔 페리가 못 다니고! 그대신 얼음위에 도로(Ice Road)를 만들어 자동차들이 왕복한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호수물이 얼게되면 파도에 의해 얼음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생겨! 그대로는 차들이 다니기 곤란! 그래서 얼음표면을 평평하게 만들고 나서 차량이 통행한답니다. On the coldest days of winter Lake Simcoe is cold enough for an ice road to be built allowing light vehicles to drive across the frozen lake.(wiki)